1. 우리 뇌, 왜 이렇게 엉성할까?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왜 이렇게 작심삼일일까?”, “왜 꼭 중요한 순간에 실수할까?”, “왜 이성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결국 감정에 휘둘릴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개리 마커스는 『클루지(Kluge)』에서 이런 일상의 고민을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명쾌하게 해석합니다.
‘클루지’란 임시방편, 땜질식 해결책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우리의 뇌 자체가 잘 짜인 설계물이 아니라, 진화의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덧대어진 ‘땜질식 구조물’”이라고 강조합니다.
즉, 인간의 뇌는 첨단 시스템이 아니라, 그때그때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임시방편적으로 붙여온 비효율적 복합체라는 것이죠.
2. 불완전한 뇌가 만드는 허점들 – 구체적 사례
기억력의 허술함
“나는 왜 중요한 걸 잘 잊어버릴까?”
책에서 소개하는 심리학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이 여러 단어 목록을 외우고 난 후, 실제로 제시되지 않은 단어까지 ‘있었다’고 착각하는 일이 매우 흔하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의 기억이 컴퓨터처럼 저장된 정보를 그대로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감정, 주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와의 약속, 직장에서의 중요한 정보, 혹은 자신의 과거조차도 완전히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며, 때로는 거짓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감정과 이성의 대립
다이어트 결심을 하고도 야식 앞에서 무너지고, 분명히 후회할 걸 알면서도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것도 뇌의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이성적 사고는 뇌의 신피질에서, 감정과 본능은 더 오래된 뇌 구조(변연계와 뇌간)에서 담당합니다.
진화적으로 감정 뇌가 훨씬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의식적으로 아무리 결심해도 감정적 욕구에 쉽게 휘둘리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우리의 뇌는 최신식 컴퓨터와 구형 라디오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비합리적 선택과 편향
“나는 왜 때때로 엉뚱한 결정을 내릴까?”
현상 유지 편향, 손실회피, 확증 편향 등 우리가 저지르는 비합리적 판단 역시 뇌의 ‘클루지’적 한계 때문입니다.
뇌는 모든 정보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쉽고 빠른 해답(휴리스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한계가 때로는 실수를 부르고, 때로는 생존에 유리한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3. 왜 자연은 완벽한 뇌를 만들지 않았는가?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자연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화는 ‘최적화’보다 ‘즉흥적 적응’을 선택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새 기능이 필요하면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엔진에 새로운 부품을 붙이는 것처럼,
우리 뇌도 필요에 따라 기존 시스템 위에 새로운 기능을 덧대는 식으로 진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구형(감정·본능) 시스템과 신형(이성) 시스템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 불안정한 구조가 완성된 것입니다.
저자는 “만약 천재 엔지니어가 인간의 뇌를 설계했다면, 절대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의 독특한 적응력, 창의성, 공감 능력, 변화에 대한 유연성의 토대가 됩니다.
4. 불완전함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 – 실생활 적용
『클루지』의 진짜 가치는 뇌의 한계를 인식하고, 실생활에서 똑똑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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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설계:
의지만 믿지 말고, 불완전한 뇌를 보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세요.
예를 들어,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면 스마트폰을 멀리 두거나, 다이어트 중이라면 냉장고에서 유혹거리를 없애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
외부 도구 활용:
메모, 알람, 체크리스트 등 외부 기억장치를 활용하세요.
뇌를 과신하지 않고, 기술과 도구의 힘을 빌리면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충동의 지연:
즉각 행동하기보다 ‘10분만 기다리기’ 같은 습관을 들이면, 감정적 충동에 휘둘리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자기 연민과 관용:
반복되는 실수에 자책하기보다는, “이것은 뇌 구조상 당연한 일”임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더 너그럽게 대하는 태도가 자기계발에 훨씬 유리합니다.
5. 누구에게, 왜 이 책을 추천하는가?
『클루지』는
반복되는 실수와 의지력 부족에 고민하는 20~30대 직장인,
뇌과학과 심리학을 통해 자기 행동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
자기계발·행동 변화에 관심 있는 모든 분에게 필독서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왜 이럴까?”라는 자책에서 벗어나
나의 약점과 실수, 불완전함마저 더 깊이 이해하고 성장의 자산으로 삼는 관점을 얻게 됩니다.
6.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생각의 탄생』 – 창의적 사고의 본질을 탐구하다 👉 서평 자세히 보기
『클루지』에서 인간 뇌의 불완전함을 진화적 관점에서 해부한다면, 『생각의 탄생』(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저)은 이러한 뇌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간의 창의성과 통합적 사고력의 원리를 탐구합니다.
이 책은 ‘관찰, 추상화, 패턴 찾기, 형상화’ 등 다양한 생각의 도구를 통해 위대한 창의적 인물들이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이끌어냈는지 구체적 사례로 설명합니다.
『클루지』를 통해 불완전한 뇌의 한계를 이해했다면, 『생각의 탄생』은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돌파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실질적인 ‘생각법’을 제시합니다.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인간이 가진 약점과 잠재력, 그리고 더 나은 성장의 길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릿(Grit)』 – 끝까지 해내는 힘의 심리학 👉 서평 자세히 보기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Grit)』은 ‘재능’이나 ‘IQ’보다 끈기와 열정, 즉 끝까지 해내는 힘이 성공의 핵심임을 강조합니다.
『클루지』가 불완전한 뇌 구조로 인해 우리가 쉽게 포기하거나 유혹에 약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 『그릿』은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 실천법을 알려줍니다.
습관을 만들어내는 방법, 포기하지 않는 힘을 기르는 단계별 훈련법,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심리적 전략까지 폭넓게 다룹니다.
이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함과 동시에 ‘실수하고 흔들려도, 다시 시작하는 힘’을 구체적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7. 결론 및 한 줄 평
『클루지』는 우리가 늘 경험하는 자기통제의 실패, 기억의 오류,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들이 결코 개인의 약점이나 성격 탓이 아님을 과학적으로 밝혀줍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왜 이럴까?’라는 자책 대신 ‘이런 실수는 나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완벽하지 않은 뇌 덕분에 우리는 오히려 더 인간답고, 서로에게 너그러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과 변화가 시작됨을 이 책은 강조합니다.
이 책은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모든 사람에게 큰 위로와 실질적인 조언을 줍니다.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자기계발 독자, 인간 심리와 행동의 뿌리를 알고 싶은 이, 뇌과학·진화심리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한 줄 평:
“완벽하지 않아서 괜찮다. 인간 뇌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더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최고의 자기이해 안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