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지능이 높을수록 비합리적일 수 있다? 진화심리학이 던지는 도발적 질문_『지능의 역설』

지능의 본질을 다시 묻는 책, 왜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까


“지능의 역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지능의 개념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진화심리학으로 현대인의 행동을 색다르게 해석합니다.
이 책은 지능이 꼭 생존과 번식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도전적인 주장을 바탕으로 정치, 종교, 생활방식, 소비문화까지 지능과 삶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봅니다.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거리와 함께, 독자에게 신선한 관점을 주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지능은 생존이 아니라 ‘새로움’을 위한 도구

사토시 가나자와는 지능을 “진화적으로 낯선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도구”라고 정의합니다.
즉, 익숙한 환경에서는 굳이 높은 지능이 필요 없다는 얘기죠.
하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이런 ‘새로움’에 대응하는 능력이 바로 지능이라는 겁니다.


사바나 원칙이 보여주는 뇌의 한계

“우리 뇌는 아직도 수백만 년 전 사바나에 살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시작점입니다.
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오랜 시간 적응했던 환경에 맞춰져 있어서 현대 사회의 복잡함에는 잘 대처하지 못합니다.
이 원칙은 우리가 단 음식에 쉽게 빠지거나,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습관, 과도한 스트레스 반응 같은 것들을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진화의 흔적’으로 설명합니다.


고지능자들이 선택하는 ‘부자연스러운’ 삶

가나자와는 이런 행동 유형들을 예로 듭니다.
이는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진화적으로는 낯설지만 현대에선 흔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행동 유형 고지능자 성향 진화적 해석
무신론 높음 신의 개념은 진화적으로 낯선 개념
야행성 강함 조상들은 주로 주간 활동
출산율 낮음 생존보다 자기실현 추구
동성애 허용 개방적 번식 중심적 본능을 넘어서 있음
문화 예술 소비 활발 생존과 무관한 자극 수용

핵심은, 지능이 높을수록 ‘본능’을 거슬러 새로운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예요.


정치 성향과 지능의 연관성?

가나자와는 고지능자일수록 좌파(리버럴)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왜일까요? 진화적으로 보면, 광범위한 이타주의는 조상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부족 내에서의 상호부조는 있었지만, 국가 단위의 복지 개념은 매우 새로운 개념입니다.
지능이 높을수록 이러한 낯선 개념도 수용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론의 위험한 일반화와 한계

이 책은 흥미로운 통찰을 주지만, 몇 가지 중요한 비판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능만으로 인간 행동을 단정짓는 경향”입니다.
사회적 환경, 문화적 배경, 교육 수준 등 다양한 요소가 행동에 영향을 주는데, 가나자와의 주장은 이런 요소들을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란이 된 저자, 신중한 수용이 필요한 이유

사토시 가나자와는 과거 인종, 성별 관련 주장에서 여러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주장 중 일부는 너무 결정론적이고, 통계 해석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꼭 필요한 자세는 비판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입니다.
그가 제시하는 사례들이 과학적 엄밀성보다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데 더 가깝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지능’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독자에게 권하는 책

이 책은 진화심리학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줍니다.
또한 기존 지능 개념에 의문을 가진 사람, 인간 행동의 복잡함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습니다.
다만, 지능이라는 하나의 요소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조심해야 합니다.


독자적 시선: ‘지능’은 무기이자 짐일 수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높은 지능은 정말 축복일까?” 지능이 높다는 이유로 더 복잡한 고민, 더 깊은 불안, 더 ‘부자연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면 그건 축복이 아니라 진화적 부담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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